대선 판세 뒤흔든 '현금 전달 쪽지', 감정 결과 조작 논란에 검찰 수사로
2021년 대선을 석 달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재명 후보 측이 조직폭력배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 편지의 필적 감정 과정에서 조작 및 은폐 의혹이 제기되며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간부들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이는 국가기관의 감정 결과가 정치적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다. 주임 문서감정관은 “편지가 원작성자의 필적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상부에 의해 묵살됐다고 공익신고했고, 상부는 내부 합의가 없어 ‘판단불명’으로 처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MBC가 확보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보고서에는 “상이한 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문구가 포함돼 공식 발표와 실제 결과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고, 이로써 감정 결과가 선거 전후 어떤 경로와 의도로 수정·축소됐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권익위 조치는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과학적 절차의 독립성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전한 무제 시대에도 조작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던 사례가 떠오른다.

주술 혐의로 시작된 대숙청, 무고(巫蠱) 사건의 전말
기원전 91년, 중국 전한(前漢) 시대. 무제(武帝) 말년에 발생한 '무고의 화(巫蠱之禍)'는 주술적 저주를 빌미로 황실과 외척, 관료층을 대규모로 숙청한 정치 사건으로 기록된다. 실체가 불분명한 혐의가 권력 투쟁의 도구로 변질되며, 결국 태자까지 죽음으로 내몰린 이 사건은 권력의 의심과 조작이 결합했을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무고(巫蠱)'란 무당의 주술로 상대를 병들게 하거나 죽인다고 믿었던 행위를 가리킨다. 인형에 이름을 써서 묻거나 저주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무제 말년, 황제가 병약해지자 "누군가 황제를 저주하는 무고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는 곧 정적 제거와 공포정치의 명분으로 활용됐다.기원전 91년, 승상 공손하(公孫賀)의 아들 공손경성이 막대한 군비 횡령 혐의로 체포되면서 사건이 촉발됐다. 무제는 공손하 부부와 공손경성을 잇달아 옥사시킬 정도로 과격하게 대응했다. 이 와중에 무제의 딸들인 양석공주·제읍공주와 위황후 일족이 무고 주술로 황제를 저주했다는 상소가 올라왔고, 황제의 분노 속에 위황후 계열이 연쇄 처형되며 태자의 정치적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
강충의 조작 수사와 태자의 비극
무제가 "몽둥이를 든 나무 인형에게 얻어맞는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수형도위 강충(江充)이 이를 "누군가의 무고 때문"이라 해석하며 수사를 자청했다. 강충은 고문과 공포를 동원해 자백을 강요했고,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를 밀고하고 무고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무고와 무관한 수만 명이 연루되어 죽거나 유배됐다. 수사가 확대되며 태자 유거(劉據) 진영까지 겨냥되자,강충은 궁중 곳곳에서 저주 인형과 주술 도구가 발견됐다고 보고하며 태자를 배후 세력으로 지목했다. 궁지에 몰린 태자는 "먼저 치지 않으면 멸문당한다"는 판단 아래 군사를 동원해 강충을 살해하고 장안에서 무력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조정과 지방 군대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반역으로 규정됐고, 결국 패배한 태자는 도주 끝에 자살했다. 태자비와 자손 등 일족이 대거 살해되거나 처벌됐다. 이듬해 사건의 내막과 강충의 조작이 드러나자, 무제는 태자의 거병이 강충의 핍박과 조작에서 비롯됐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태자를 추복하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조서를 내렸다. 그러나 이미 위황후 계통과 태자의 후손은 대부분 제거된 뒤였고, 황실 후계자 풀은 급격히 축소됐다. 황제 자신도 깊은 후회 속에 말년의 권위를 잃었다.무고 사건은 단순한 미신 조사가 아니라, 위황후·태자 계열과 그를 지지하던 관료·외척 세력을 한 번에 쓸어낸 정치적 대숙청이었다. 재정 파탄, 군사 피로, 내부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황제의 의심과 측근 권력의 조작이 결합해 폭발한 이 사건은, 이후 전한 후기 정치 불안과 황실 인적 기반 축소로 이어졌다.
| 청랑이 추천하는 다른 글을 읽고 싶다면 클릭하세요 |
이춘석 주식 차명거래 의혹, 당나라 귀족 부패와 놀라운 평행선
국민이 준 권력, 돈 버는데 이용한 국회의원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좌관 차모 씨 명의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정황이 본회의장에서 포착되자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jadewolves.tistory.com
'청랑 세상 식견 > 청랑 이슈 식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저속노화 정희원 교수 스토킹 고소 재논란, 조선시대 판결로 본 ‘직접 연락’의 해석 차이 (0) | 2025.12.26 |
|---|---|
| SKY 출신 CEO 29%로 감소, 로마 제국이 먼저 겪은 엘리트 개방의 역사 (0) | 2025.12.23 |
|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취업난, 명·청 과거제의 학위 인플레이션을 닮았다 (0) | 2025.12.19 |
|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논란, 900년 전 송나라에서 해답을 찾다 (1) | 2025.12.18 |
| 미용실 '조용히' 옵션 트렌드, 고대 한국 침묵 문화와 비슷하다 (1) | 2025.12.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