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라는 모순
시험의 유래는 동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옛 왕조 송나라 때 학연과 지연에서 벗어나 실력을 갖춘 인재(신하)를 뽑기 위해 '과거제'를 도입한 것이 시험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지식수준, 즉 지적 능력을 판가름하는 가늠자로 시험제도가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시험을 잘 치른 학생이 그 분야에서 탁월하다고 볼 수 있을까. 시험 성적은 특정 분야의 범위를 잘 암기하거나 이해하고 있는지와 어떤 유형의 문제를 잘 풀 수 있는지를 따지는 ‘기초 결과물’일 뿐이다. 그러므로 성적이 좋다고 모든 분야, 또는 특정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아주 좋은 예가 ‘상대성 이론’을 제시한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 입학시험에 도전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아 낙방하였다가 재수까지 해서 겨우 물리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단 한 번 또는 몇 번의 시험 성적만으로 뛰어난 실력자라고 평가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만약 어떤 학생이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몇 번의 시험 성적에 너무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성적순으로 나열하거나 틀에 박힌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혐오했던 아인슈타인은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찾아 나선다. 그는 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책을 뒤지면서 답을 찾는 방식으로 자신이 도전한 물리학 분야를 섭렵해 나갔다. 이처럼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에 깊이 빠져든 사람이 학자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시험을 잘 쳐서 학교 성적이 1등이거나 입시에서 수석을 차지한다는 것과 훌륭한 학자가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성적에 가려진 진실
학생들의 성적이 좋지 않거나 떨어진다면 공부법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부의 방향성이 맞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라는 것이다. 대부분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서는 공부의 방향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공부의 방향성이 틀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공부의 방향성이 벗어나 있으면 당연히 성과(시험 성적)를 내지 못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낙심하거나 절망감에 빠져 아예 포기상태에 빠져 버릴 수도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허준 교수는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그의 부친인 고려대 통계학과 허명회 명예 교수는 자신이 가르친 수학의 방식을 아들에게 주입한 게 큰 실수였다고 털어놓았다. 성적을 잘 받게 해서 영재로 키우려 한 방법이 아들에게 수학을 멀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허준 교수는 스스로 생각하고 실패하면서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좀 더 빨리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재의 성적보다 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도록 잡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지적했다. 한때의 공부 성적이 좋지 않아서 학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공부법에 대한 방향성만 잘 잡으면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 된다. 그러니 당장 눈앞에 드러내야 하는 성적에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자녀의 성적이 좋지 않거나 떨어진다고 마구 닦달하거나 학원 바꾸기 등에 급급할 필요가 없다.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자녀의 학습 방향성부터 체크한 뒤 대안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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