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관한 언급만 뺀 상하이협력기구
우크라이나는 상하이협력기구(SCO)가 톈진에서 채택한 20쪽 공동선언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언급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제2차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침략전쟁이 기본 문서에 반영되지 않은 반면, 다른 전쟁·테러·정책 이슈들은 다수 언급됐다고 알렸다. 특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겨냥한 표현은 있으면서 러·우 전쟁 언급은 빠졌다고 문제 삼았다. 우크라이나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 준수를 재확인하며 중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동시에 선언문 누락은 러시아의 외교적 시도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는 러시아가 SCO 회원국들의 입장을 친러 공통분모로 묶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한 세계가 러시아 침공 평가에서 분열되어 있고 러시아에 호의적 이미지를 만들려던 크렘린의 시도가 좌절됐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푸틴은 시진핑·모디 등과 우크라이나 위기를 논의하고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 사안은 SCO 공동문서가 민감 사안을 비켜가 합의를 유지하려는 경향과, 이를 여론전의 소재로 활용하는 우크라이나의 외교 전략을 동시에 드러냈다. 과거 미국 정부도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위해 대만에 대한 모호성을 드러내며 협상을 했던 상하이 코뮈니케(1972)공동 문서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미국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원하다
1972년 상하이 코뮈니케는 냉전 시대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소련에 대한 견제 효과를 얻고자 했던 전략적 필요에서 출발했다. 닉슨 행정부는 베트남 전쟁의 교착 상태와 소련의 팽창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필요로 했고, 마오쩌둥의 중국 역시 소련과의 갈등 심화 속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안보 확보를 모색했다.이러한 상황에서 양국은 체제와 이념의 근본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미국은 중국의 국제사회 복귀를 지지하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회복을 도왔다.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상하이 코뮈니케는 이러한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물이었다.
논란이 될 대만에 대해서 전략적 모호성을 채택한 미국
상하이 코뮈니케에서 가장 민감했던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은 직접적인 약속이나 명확한 입장 표명을 피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채택했다. 중국이 "대만은 중국의 일개 성"이라고 명시적으로 주장한 반면, 미국은 "중국인 모두가 중국은 하나이며 대만은 그 일부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인식한다"는 우회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중국의 입장을 '인정(recognize)'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인식(acknowledge)'한다고 표현함으로써 법적 구속력이나 공식적 승인을 피한 것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기존의 안보 공약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여지를 남겼다.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은 오늘날까지도 미국의 대만 정책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무력 통일은 반대하되 대만의 공식적 독립 역시 지지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며, 양안 관계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전면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고심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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