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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랑 이슈 식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어디서 나왔나?

by JadeWolveS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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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동화가 신라에 전파되다

신라는 경상도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약소국이었다. 그러나 국가체계를 정비하고 뛰어난 리더가 나타나면서 당나라와 연합, 강대국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멸망시켰다.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의 훌륭한 기술을 흡수하였고 뛰어난 해상 기술력을 발판으로 중앙아시아에 자리한 페르시아와도 교류하였다.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읽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는 유럽으로부터 신라에 전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이야기는 신라 스타일로 바뀐 후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에피소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하나씩 살펴보자.

[미다스 왕 출처:네이버 이미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당나귀 귀' 이야기

손만 대면 무엇이든 금으로 변하게 만드는 미다스 왕은 훗날 음악의 신 '아폴론'이 숲의 신 '판'과 악기 연주를 겨루게 되자 심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아폴론의 리라 연주가 판의 피리 연주보다 많은 호응을 얻게 되자 그는 화려한 리라 연주보다 판의 소박한 갈대 피리 연주가 더 낫다며 숲의 신의 편을 들어줬다. 이 일에 분노한 아폴론이 “그딴 것도 귀라고 달고 다니냐?”라며 미다스 왕의 귀를 잡아당겼고, 그의 귀가 당나귀 귀처럼 길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는 마케도니아에 전해졌다. 마케도니아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의 이발사가 왕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알고 우물에 혼자 큰 소리로 이야기했으나 소문이 났다는 식으로 구전이 되었다.

 

 

  

신라 버전 '당나귀 귀' 주인공 '경문왕'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왕위에 오른 다음 귀가 갑자기 커져 당나귀 귀 같았다. 왕후와 궁인들은 아무도 몰랐으나, 오직 두건 만드는 기술자 한 사람만이 알았다. 그러나 평생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죽을 무렵, 도림사(道林寺)의 대나무 숲 가운데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 대나무를 바라보고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다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에서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다네’라는 소리가 들리자, 왕이 이를 싫어하여 곧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 그랬더니 바람이 불면 다만, ‘우리 임금님 귀는 기다네’라고 들렸다.”라고 적혀있다. 이 인물이 신라 시대 48대 임금 경문왕(景文王)이다. 역사적으로 경문왕의 치적을 내세울 것은 없지만 겸손하고 예의가 발랐으며 백성을 많이 아꼈다고 적혀있다. 신라 말기에 왕권이 무너지고 언제든지 왕이 시해되어도 이상하지 않던 시기에 헌강왕(憲康王)의 사위로써 왕위에 오른 인물이었다. 경문왕은 신라 말기 왕권을 쇄신하는 데 힘썼고 많은 이들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쓰러져가는 신라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듣는 것을 중시하여 당나귀 귀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유추하게 한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그리스 로마 신화가 고대 신라에 전해져 삼국유사에 기록되었다니 놀라운 사실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미다스 왕의 귀가 길어지는 이야기는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의 당나귀 귀로 변형되어 구전되었다.
유럽의 신화가 48대 임금 경문왕 시절에 전해져
기록이 많지 않은 삼국유사에 적혀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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