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무기로 쓰이다

 

옷이라는 도구의 변천사

성경에 태초의 인류로 아담과 이브가 등장한다. 그들은 사탄의 유혹에 빠져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먹지 말아야 할 열매를 먹었다. 그리하여 아담과 이브는 옳고 그름을 알게 되어 헐벗은 자신을 부끄러워하였다고 적혀있다. 태초의 인류가 옷을 언제부터 입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성경의 구절을 통해 신체의 생식기를 가리기 위함이라 유추해 본다. 그러나 태초의 옷의 기능은 생식기를 가리려는 목적보다는 생존과 연관이 깊었다. 다른 포유류와 달리 인류는 체온을 유지할 방법이 없었고 옷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듯 하지만, 요즘에는 한 사람의 개성을 표현하는 아이템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만들어진 옷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을 죽이는 무기로 쓰였다는 놀라운 사실도 있다. 옷은 인간을 살리기도 했지만,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살인 도구가 되기도 한 역사를 알아보자.

[인디언과 전쟁]

옷을 이용한 최초의 생화학 무기 

영국은 청교도 혁명(Puritan Revolution)을 통해 내전이 일어나게 된다. 내전을 피해서 북미에 정착한 청교도인들은 원주민인 인디언을 상대로 우호적인 관계로 지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좋은 땅에 살고 있는 인디언과의 전쟁은 불가피하게 된다. 영국은 내전이 마무리되면서 북미지역을 식민지로 삼아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따라 군대를 파견하며 영토확장에 나섰다. 영국은 제프리 애머스트(Jeffery Amherst)를 북미 총사령관으로 삼아 원주민 연합 인디언들을 학살하며 승리를 쟁취하게 된다. 전쟁에서 생사가 오가는 마당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그를 역사에 오명으로 남기는 한 사건이 있었다. 인디언들은 유럽에서 넘어온 천연두 균에 항체가 없었다. 이점을 이용해 북미 총사령관 제프리 애머스트는 인디언들에 포위된 피트 요새를 구할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피트 요새 사령관 헨리 부케(Henry Bouquet)에게 인디언들에게 천연두를 옮기기 위해 천연두 환자가 사용한 담요를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식으로 선물을 하게 했다. 그 결과 많은 인디언들이 천연두에 감염이 되어 목숨을 잃으며 제프리 애머스트는 포위된 피트 요새를 구원할 수 있었다. 담요를 통해 인디언들에게 천연두를 옮긴 영국인의 전략은 기발했지만, 비윤리적이기도 했다. 이처럼 옷이 최초의 생화학 무기가 되었다.

 

나폴레옹 무너뜨린 군복

프랑스의 초대 대통령이며 정치가이자 전략가인 나폴레옹은 뛰어난 군사적 능력을 발휘하며 유럽을 장악해 나갔다. 그러나 섬나라 영국만이 나폴레옹에 복속하지 않았다. 해양에서 영국에게 패배한 나폴레옹은 유럽대륙에서 영국으로 들어가는 물자를 차단하는 대륙봉쇄령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대륙봉쇄령으로 지속적인 피해를 보는 러시아는 재정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 정책에 반기를 들며 대륙 체제 탈퇴를 선언했다. 그리하여 나폴레옹은 러시아를 본보기로 삼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침공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강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나폴레옹 군이 패퇴하였다고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러시아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프랑스 군인들이 입고 있는 옷에 '몸니(Body Louse)'라는 기생충들이 서식했고 군인들에게 열병을 유도했다. 그 결과 수많은 군인이 열병에 걸려 군사적 작전 능력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고 나폴레옹의 시대가 저물게 되었다. 옷 속에 기생하던 작은 기생충이 나폴레옹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샤를 니콜(Charles Nicolle)이라는 의사가 몸니가 열병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군대에서는 몸니를 발견하기 쉽게 군복을 흰옷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생존을 위해서 만들어진 옷.
인디언들을 학살하는데 균을 옮기는 매개체로 영국은 담요를 사용하였다.
유럽을 장악하며 기세등등하던 나폴레옹도 군복에 숨어있는 몸니로
수많은 군사를 잃고 전쟁에 패배하게 되었다.
옷은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신체에 치명적인 균을 옮기는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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