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처리 방식이 비슷한 두 직책
인류는 생존을 위해 먹고 또 먹는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했고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직업이 생겼다. 고대 국가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높은 지배층이었다. 요리사는 다양한 음식 재료가 조화를 이루게 하여 하나의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한나라의 통치를 책임지는 재상은 국가의 다양한 업무를 다루며 나라의 안정을 유지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재상과 요리사의 업무는 영역만 다를 뿐 처리 방식에 대한 사고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재상이라는 단어가 요리사에서 유래되었다는 말도 있다. 과거 요리사였던 인물이 재상이 되어 세상을 빛내거나 어둡게 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요리사로 시작해 재상까지 올라간 상나라 개국공신
이윤(伊尹)은 기원전 17세기 상나라의 재상이다. 그는 상나라 탕왕의 신하로 하나라의 걸왕이 폭정을 펼치자 몰아내고 상나라를 세운 개국공신이다. 이윤은 나라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정치가이며 행정가였지만 또 하나의 특기 있었으니, 바로 요리였다. "사기 은본기(卷三. 殷本紀)" 따르면 이윤은 어느 귀족 집안의 하인으로 요리를 담당했는데, 귀족의 딸이 탕왕에게 시집을 갈 때 가마솥과 도마를 메고 따라갔다고 한다. 탕왕의 식사 시중을 들면서 맛있는 음식을 예로 들며 왕도를 설명했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상나라의 재상 자리까지 올랐다고 전해진다.
자신을 총애하던 왕을 굶겨 죽인 역적
역아(易牙)는 기원전 7세기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의 요리사였다. 당시 제환공은 관중(管仲)과 포숙아(鲍叔牙)를 중용하고 개혁에 성공하며 첫 번째 중원의 패자가 됐다. 하지만 제환공의 말년은 비참했다. 제나라의 재상 관중이 죽고 요리사 출신 역아가 재상이 되면서 나라는 내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관중은 자신이 병에 걸리자, 제환공에게 "역아는 자식을 죽여 임금의 뜻에 맞추려 했으니, 인정에 어긋나는 인물이라 재상감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역아는 제나라 사람으로 맹자(孟子)가 "천하가 모두 역아의 맛을 따른다"할 정도로 당대 최고의 요리사였다. 그는 뛰어난 요리 솜씨로 제환공의 총애를 받았다. 제환공이 '천하 진미는 다 맛보았으나 사람만은 맛보지 못하였다'라고 농담을 하자 역아는 자기 아들을 죽여 요리해 진상했다고 한다. 제환공은 관중이 죽자 역아를 중용해 재상으로 삼았다. 자식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왕이라고 죽이지 못할까. 이후 후계자 자리를 놓고 왕자들끼리 내분이 일어나자 역아가 권력을 휘둘렀고 제환공은 내란 중에 굶어 죽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요리사도 나라를 운영하는 중요한 자리에 오를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직업이었다.
이윤과 역아는 둘 다 요리사 출신 재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요리사는 지배층이면서 중요한 위치였지만
먹을 것이 풍족해진 현재 요리사는 과거만큼 주목받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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