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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랑 인재 식견

적을 제압하는 가장 세련된 방법은?

by JadeWolveS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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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써 상대방을 제압하자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사의 다툼은 변함이 없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적일 수밖에 없다면 완벽하게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 과거에는 힘으로 억압할 수 있었지만 세련된 방법은 아니었다. 적을 상대할 때 거침없는 욕 대신 세련된 문장으로 상대방을 재치 있게 한 방 먹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과거 목숨을 위협하는 적을 상대로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사기를 꺾은 이야기들을 살펴보자.
 

[살수대첩을 승리로 이끈 을지문덕 영정 출처:네이버 이미지]

품격있는 시구절로 전쟁에서 승리하다

612년 한나라가 망하고 분열을 거듭하던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는 마지막 동북아 강자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수양제(煬帝)는 113만의 대군을 이끌고 우중문(于仲文)과 우문술(宇文述)을 총사령관으로 하여 고구려로 향했다. 고구려는 수나라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수나라의 보급로를 차단하여 군사들의 식량 보급을 원활하지 못하게 하였다. 수나라 군대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는 것을 확인하고자 을지문덕(乙支文德)은 거짓 항복을 하며 우중문을 찾아간다. 을지문덕이 항복하겠다는 소식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수나라 입장에서 가뭄에 단비가 오는 격이었다. 수양제는 을지문덕을 꼭 사로잡으라 했으나 이미 돌아간 후였고 을지문덕은 돌아가면서 시 한 편을 우중문에게 보낸다.


귀신같은 책략은 하늘의 이치(천문)를 깨달았고
신묘한 셈은 땅의 형편(지리)을 다하였도다
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원컨대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을지문덕이 수나라 군영을 염탐하러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챈 우중문은 을지문덕을 다시 잡으러 갔으나 이미 강을 건넌 후였다. 을지문덕의 시를 읽고 분노한 우중문은 냉정한 판단을 못 한채 결국 을지문덕의 계략에 휘말려 살수에서 크게 패하고 말았다. 을지문덕의 시 한 구절은 적을 조롱하여 심리적인 우위를 차지했고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품격을 지켰다. 그의 시구절을 통해 살수대첩(薩水大捷)이란 큰 승리로 후대에 을지문덕의 이름은 역사에 남게 되었다.
 
 

[오나라 총사령관 주유 출처:네이버이미지]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편지 한통

중국 삼국지 이야기는 현대에도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중에 제갈량()과 주유(周瑜)의 치열한 지략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오나라 총사령관 주유는 적벽대전(赤壁之戰)을 통해 제갈량의 능력에 감탄하며 위협적인 인물로 생각했다. 주유는 제갈량을 함정에 빠트려 죽일 계책을 세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유비는 형주를 오나라에 잠시 빌렸다고 했지만 돌려주지 않았고 형주를 되찾기 위해 주유는 치밀한 계책을 짰다. 그러나 제갈량은 주유의 계책을 간파했고 주유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주유의 군대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 이르자 제갈량은 편지 한 통을 보낸다.

 
한漢 군사중랑장軍師中郞將 제갈량이 동오의 대도독 공근선생께 보내오. 
이 제갈량은 시상에서 선생과 헤어진 뒤로 늘 그리워하며 잊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대가 서천을 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 일은 안될 것 같습니다. 
익주는 그 백성이 강하고 지세가 험해 비록 유장이 어리석고 약하다고는 하나 스스로 지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지금 그대가 지친 군사로 먼 길을 가 공을 이루려 하나 오기吳起라 하더라도 그 규율을 세울 수 없을 것이며 손무孫武라 하더라도 그 끝을 잘 맺을 수 없을 것입니다. 
조조가 비록 적벽에서 졌다고 하나 그 마음이야 어찌 한시라도 복수를 잊었겠습니까? 
선생이 군사를 일으켜 먼 곳을 치는 동안 조조가 그 틈을 엿보아 치고 내려온다면 강남은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말 것입니다. 
이 제갈량은 차마 그 같은 일을 좌시할 수 없어 이렇게 알려드리니 부디 밝게 헤아리십시오.

 
이 편지를 읽은 주유는 분노하기보다 긴 탄식을 내뱉으며 이상할 정도로 차분해졌다. 주유는 주군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36살이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제갈량은 주유가 죽었다는 소식에 큰소리로 웃었다고 한다.
 

적을 제압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을지문덕은 수나라 총사령관 우중문을 시 한 편으로 조롱하여
평정심을 잃게 만들어 대승을 거뒀다.
제갈량은 오나라 총사령관 주유의 계책을 간파하여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주유는 제갈량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를 토하며 생을 마감했다.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하지만 적이 되었다면 세련된 방식으로 제압하면 어떨까?

 

전쟁을 승리로 이끈 복장에 대한 글을 청랑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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