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무기가 되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상대국보다 저렴할 때 물건을 서로 교환하는 게 무역이다. 그러나 대량의 자원을 가진 한쪽이 무역을 단절하게 되면 상대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커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는 마스크 생산에 경제적 이점이 없어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한국은 마스크가 일상생활에 필수품이 되었다. 코로나 발생으로 중국에서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마스크 수출을 즉각 멈추었다. 그러자 한국에서 마스크 가격이 몇 배로 치솟기도 하였다. 이처럼 자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무기로 삼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립하는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승리했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방직물로 두 나라를 제압하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오패(五霸) 중 한 명인 제환공(桓公). 그는 관중(管仲)이라는 뛰어난 재상을 받아들여 제나라를 춘추시대에 가장 강성한 나라로 만들 수 있었다. 제환공은 왕에 오르고 제나라의 근심거리인 노나라와 양나라를 제압하고자 했으나 당장 손쓸 방법이 없었다. 왕의 고민을 안 관중은 제환공에게 노호라는 방직물만 입을 것을 권했다. 제환공이 노호로 만든 옷을 입자 신하들도 따라서 입기 시작했다. 그러자 백성들도 노호라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제환공은 백성들에게 노호를 만들지 말고 밭을 경작하는 데 전념하도록 명령했다. 이렇게 되자 노나라와 양나라는 제나라에 노호를 팔기 위해 백성들조차 농사일을 멈추고 노호를 생산하기에 바빴다. 그 결과 두 나라는 농작물이 부족해졌고 비싼 금과 은을 주고 제나라에서 곡식을 사 와야 했다. 반면 제나라는 더욱 싼 값에 노호를 살 수 있었고 몇 배나 비싼 값에 곡식을 팔았다. 제나라는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여 춘추시대의 패자로 성장하게 되었다.
희토류가 굴욕적 외교 불러
일본과 중국은 각각 센카쿠, 댜오위다오라 불리는 섬을 가지고 영토 분쟁 중이었다. 2010년 일본 순시선이 섬 근처에서 어획 중인 어선을 나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을 지키는데 즉각적인 행동을 취했다. 그중의 하나가 희토류를 일본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희토류는 전자부품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광물이었다. 일본 기업은 희토류를 온전히 중국 수입에 의존하였고 이는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놀란 나머지 나포한 중국 배와 선장을 풀어줘야만 했다. 경제 대국 일본이 희토류 하나에 굴욕적인 외교를 세상에 보여주는 꼴이 되었다. 자원을 독점하는 기업과 무역이 단절되면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각국은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었다.
무역은 양국이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무역이 단절되면
자국 생산이 안 되는 교역품은 국가에 치명적일 수 있다.
제나라는 노호를 이용해 다른 두 나라의 농사일을 멈추게 만들어
자국에서 생산된 쌀을 더욱 비싸게 팔아 큰 이득을 취했다.
중국은 일본과 무력 충돌을 피하고
자국에서 생산되는 희토류를 일본에 수출하지 않음으로써
일본 기업에 큰 피해를 줄 뻔했다.
무역이 마냥 이로울 수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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